본문 바로가기

미드/드라마

white lotus(화이트 로투스/HBO)- 하와이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는 백인 부유층의 만행(강추)

나는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결혼할 때, 내가 하던 일은 내 신경을 온통 일에만 집중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새벽 2시에 퇴근하는 일이 많았을 정도로 사람을 미치게 하는 일이었다. 문제는 내가 그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그만 두지를 못하고 돈도 그렇게 많이 못 벌면서 내 몸과 정신, 그리고 결혼 준비를 망쳐가며 일만 했었다. 

 

다른 결혼준비는 정말 개판으로 했었는데(심지어 지방에서 결혼하는 주제에 베프들 기차 표도 다른 날것으로 예매해놓고, 애들이 기차를 타려고 하니까 날짜가 잘못되어서 결국 몇 시간을 또 새벽에 기다려서 겨우 타고 내 결혼식에 오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냥 모든 것을 대강했음.), 신혼여행을 정말 너무너무 잘 쉬고 싶어서 신혼여행에만 무자게 신경을 썼다. 

 

아주 최고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살면서 경험한 가장 비싼 숙박 비용을 지불하면서 큰 방갈로를 빌려서 아주 호화롭게 지냈다. 이 미드를 보면서 그 신혼여행이 떠올랐다. 

 

화이트 로투스는 하와이 최고급 호텔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나처럼 신혼여행을 온 부부,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온 가족, 그리고 혼자 여행 온 여자까지.. 처음에는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뻔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왠 걸.. 극 시작 5분만에 이번 여행에서 누군가가 살해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미친 듯이 시청자의 집중력을 흡입하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돈 많은 미국 사람들? 사람들의 행태에 대하여 여행지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비판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열심히 벌어오는 돈으로 손하나 까딱 안하면서 잘살면서도 입만 열면 무슨 환경이 어쩌느니, 사회가 어쩌느니 비판하면서 지네 엄마까지 비판하는 젊은 대학 생애들부터 혼자 여행 와서 외로우니까 상냥한 직원한테 사업을 시작하게 도와주겠다고 꼬신 후에 여행이 다 끝나가니 그냥 또 버리고 가버리는 사람까지... 보다 보면 정말 정상적인 인간이 한 명도 없다. 

 

이렇게 정상적이지 않고, 정말 지네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은 절묘하게 서로의 이야기에 영향을 줘서 결국 큰 스토리로 연결된다. 화이트 로투스는 2022년 프라임타임 에미상 미니시리즈 및 영화 부분 여우조연상을 받았는데, 정말 그럴만하다고 생각되는 점이 스토리 구성이 탄탄하게 잘되어 있다.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고, 결국 결말을 만드는 이야기들로 벽을 튼튼한 벽을 만들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잘만들어졌다. 

 

다시 내 신혼여행 이야기로 돌아와서.. 항상 뭐든 뽕을 뽑아야 한다는 그런 노예의식? 개미 의식? 이 있는 나는 나의 신혼여행에서도 한시도 쉬면 안 된다고 남편을 들볶아서 새벽 산책을 꼭 나갔었다. 그때 참 충격을 받았던 것이, 그렇게 아름다웠던 리조트 섬 구석에서 직원들이 새벽마다 그 전날에 리조트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그냥 그 모래사장 바닥에 얇게 묻고 있었던 풍경이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여기 왔다 가는 것 자체가 이 섬과 환경에 정말 해밖에 되는 것이 없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이 드라마도 이 여행객들이 아름다운 섬 하와이에 갔다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지네들만 만족하며 돌아오는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참.. 마지막회를 보면서, 과거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점령당한 하와이의 모습과, 현재도 짓밟히고 또 짓밟히는 하와이가 떠올라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그냥 먹고, 자고, 수영밖에 안했던 그 몰디브 생활에서 아마 내가 보고 있는 저 사람들 중에 하나처럼 별 진상을 다 떨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름다운 하와이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냥 맨날 보던 그저 그런 러브스토리가 아닌 추리, 드라마, 온갖 이야기를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 황후 엘리자베스 이후에 또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게 되어서 너무 행복했다. 

 

현재 한국에는 방영하는 곳이 없는 것 같다.. 미국 hbo에는 있으니 hbo로 고고씽!!